1면 ‘따옴표 제목’ 잦아 일방 주장 받아쓰기 우려…함의·맥락 더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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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4-14 02:10본문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3월 경향신문 1면 기사 제목을 분석해보니 87개 기사 중 33개(38%)에 따옴표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3개 기사 중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관련 기사가 13건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독자위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며 말바꾸기가 많았다는 점에서 그의 의도를 짚고 해석하는 제목들이 달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독자위원회 4월 정기회의는 지난 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열렸다. 강형철 위원장을 비롯해 김희진, 조윤희, 허윤철, 김예희, 김용, 최정묵 위원이 참여했다. 오용석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김예희 = <내달 ‘세계국채지수’ 편입, 환율 안정 기대>(3월29일자)에서는 세계국채지수를 ‘WGBI’로 표기하는데, WGBI가 무슨 단어의 조합인지 설명이 없다. 이렇게 해서는 WBGI가 무얼 의미하는지 감도 안 온다. 영어 대문자만 소개하기보다는 맨 처음 해당 용어가 나올 때 한번은 전체 단어를 다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사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을 빌려 금리가 떨어지고 환율이 안정된다고 언급돼 있는데, 어떤 연결고리로 그렇게 되는지를 조금이나 언급해줬다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신현송 한은 총재 내정자 “환율 수준 큰 우려 없어…추경에 물가 영향 아주 제한적”>(3월31일자)은 한은 총재 내정자가 환율 등 거시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기사다. 그의 의견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보를 거쳐왔는지를 안다면 도움이 된다. 그의 프로필 등이 있나 싶어 온라인상에서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고유가 피해지원금, 나는?…수도권 소득 하위 70%면 10만원> <[속보]빚 없는 ‘전쟁 추경’ 26조 편성…소득 하위 70%에 최대 60만원 준다> 등과 같은 기사가 뜬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기사를 링크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직접 검색해 찾은 관련 기사가 <한국은행 총재에 신현송 BIS 국장 내정>(3월22일자)이다. 프로필이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어 신 내정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는데, 이런 기사들이 더 잘 노출되면 독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허윤철 = <“이번엔 야구공으로” “또 한번 FAFO(FXXX Around and Find Out)” 마이애미 리턴매치>(3월18일자)는 종이신문에서는 FAFO 밑에 괄호를 하고 전체 용어를 풀어썼다. 그런데 욕설 문자를 지면에서 보니 어색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나 보니까, 말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본문 어디에도 없는 발언을 왜 큰따옴표로 묶었을까 의문이었다. 해당 표현은 기자의 서술에서 나온 건데, 이런 걸 제목에 좀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따옴표가 인용이 아니라 기자가 용어를 강조하기 위한 용도로 종종 활용되는 것 같다. 강조할 필요가 있는 용어는 통상 작은따옴표를 쓴다. 큰따옴표는 직접 인용 형식을 취할 때만 엄격하게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991년 79% 달한 거대양당 공동발의, 왜 한 자릿수 됐을까>(3월24일자)는 수치 나열이 너무 많아 언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대학원 석사생이 요약한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줬다. 연결 중심성·매개 중심성 등은 대학원생들이 많이 쓰는 정리 방식이다. 적절한 비유나 설명을 곁들여 어떤 의미가 있다, 이렇게 풀어서 서술했다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끼리끼리 네트워크’ 그래픽은 지면으로 보면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한참을 봐야 아, 이게 양극화된 네트워크로 변화했다는 의미이구나 알게 된다. 시각적으로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었는데 약간 기계적으로 편집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론장’ 개념 세운 20세기 지성사의 거두 하버마스 별세…전후 독일의 ‘양심’>(3월16일자)의 하버마스 사진은 출처가 위키피디아다. 하루 전날 나온 온라인 사진은 AP연합에서 받아썼다. 하버마스는 세계적인 인물이고, 방한도 했었는데 왜 신문사가 가지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없을까 의문이었다. 제자였던 송두율 교수나 과거 관련 기사를 썼던 김호기 교수에게라도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신문에 실었으면 기사가 더 돋보였을 것이다.
김용 = <‘교육 사다리’ 서울런 914명 대학 보냈다>(3월19일자)는 제목만 보면 정말 서울런이 결정적 역할을 해서 학생들을 대학에 보낸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에서 홍보한 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화한 것 같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도 나름 다니면서 플러스로 서울런을 들었을 것이다. 서울시 홍보대로 그 문안을 비판 없이 싣는 것은 다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성교육 강사 향해 쏟아지는 성희롱…“동성애 언급 말라” 개입도>(3월1일자)는 한 시민단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사인데 조금 더 추가 취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관련해서 추가 취재 요청을 하고 싶다. 요즘 초중고교에서는 현대사 교육을 못한다. 정치적 논쟁 때문이다. 미디어교육도 잘 못한다. 극우화된 일부 학생들은 조직적으로 수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사회학과 수업이 잘 안된다고 한다. 사회학의 중요한 개념이 불평등인데, 불평등을 다루는 것을 불편해하다고 항의하는 학생도 많다. 이런 현상을 경향신문이 취재해줬으면 좋겠다.
최정묵 = <마두로·하메네이 제거 목격한 김정은…‘참수작전’ 공포감에 북·미 대화 나서나>(3월3일자)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계기로, 베네수엘라·이란 사례가 김정은 정권의 안보 불안과 북·미 대화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문가 견해를 엮어 분석한 기사다. 중동 정세와 한반도 안보를 연결해준 점이 좋았다. <한덕수에 적용된 ‘부작위 법리’, 책임 피한 ‘군 수뇌부’도 옭아맬까>(3월4일자)는 12·3 내란과 관련해, 특검이 군 수뇌부의 계엄 당시 행적을 검토하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적극 가담뿐 아니라 “막아야 할 위치에 있었는데 막지 않은 책임”까지 법적으로 물을 수 있는지 짚은 기사다. 어려운 법 개념인 ‘부작위 책임’을 군 지휘체계와 연결해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 수사의 방향을 인물 뉴스가 아니라 책임 구조의 문제로 확장한 기사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조윤희 = <‘친밀한 살인자’에게 죽은 여자들,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3월12일자)는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강압적 통제’처럼 외국법에는 있지만 우리나라 법에는 정의돼 있지 않는 부분을 법률가 입장에서는 어떤 법적 대안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 부분에서 참고가 많이 되는 좋은 기사였다. <돌봄과 부양을 동시에 떠안은 태국의 ‘착한 딸들’>(3월26일자)처럼 세계여성의날 맞아 태국, 일본, 인도,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의 여성인권 현안에 대해 다루는 기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젠더 이슈는 교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급이나 어떤 성별 정체성, 국가, 인종 이런 부분에 의해 발생하는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국제적인 관점에서의 여성인권에 대해 살펴보았다는 점이 좋았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공소청 법안 등이 통과됐다. 검찰의 기존 권한 이의신청 이후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부분,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에 대한 부분 등이 굉장히 뜨거운 이슈다. 나는 이게 민생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수사제도를 변화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범죄 피해자 관점에서 이런 시스템 변화로 인해 본인들의 피해 구제가 어려워지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검사에 기록만 보고 판단하라는 건 100년 전으로 사법 후퇴>(3월26일자) 등은 개혁 방안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어주고 있다. 범죄 피해자,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이 이슈를 더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희진 = 지난 한 달간 종이신문으로 경향신문을 봤다. 아침 디지털 디톡스 같은 경험을 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전체 지면이 하나의 통일된 형식,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더라. 통일된 하나의 입장이 나오기 어려운, 복잡한 사안도 많아서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인사이트를 주는 좋은 칼럼이 많던데, 후속으로 기사가 연결되어서 나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 지면 전체가 좀 짜임새가 있어 보이고 구조화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다. 지나친 바람일지 모르겠으나, 파편화된 지식과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보니 신문은 좀 더 정보들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3월9일자 8면은 ‘3·8 여성의날’ 타이틀을 달고 제작됐다. 가장 상단에 배치된 기사가 <여성 임금, 30대 후반 정점…남성은 40대 후반까지 오른다>(3월9일자)다. 이 기사는 국가데이터처의 ‘2024 임금근로일자리소득’ 자료를 분석한 기사로 시각화해 인포그래픽 형태로 전달할 수 있을 텐데, 텍스트로 설명했다. 시각화할 수 있는 기사는 가능한 한 시각화해 전달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 같다. 그 외에 <고용률 ‘62%’ 역대 최고 수준에도 관리자급 여성 노동자 비율 ‘17.5%’> <성착취물 쏟아내는 ‘AI앱’ 범람 “젠더폭력 인식과 사전예방 필요”> <‘젠더 정책’ 안 보이는 여당…말뿐인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등이 한 면에 같이 있었는데, 기사 분량 제한이 있다보니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사 꼭지를 줄이더라도 내용이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
강형철 =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있다. 인용은 불가피하게 써야 할 땐 써야 한다. 문제가 되는 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방해하거나 검증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앞에 내세울 때다. 그 사람 말만 따서 쓰는 것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과거에 뉴욕타임스 기사 한 달치를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30일치 중에서 따옴표 제목을 단 것은 딱 한 개 있었다. 그것도 뮤지컬 중 가사 내용이었다. 경향신문 3월 한 달치 1면 기사 제목을 분석해봤다. 전체 87개 기사 중 따옴표 제목이 33개(38%)였다. 특히 이란 침공 외신기사는 20개였는데 이 중 13개가 따옴표 제목 기사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은 앞뒤가 안 맞고 과장되고 신뢰가 떨어지는 게 많다. 결과적으로 우리 언론들이 트럼프의 거짓말과 위협·협박에 함께 속아넘어간 게 됐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트럼프의 말 자체뿐 아니라 그 말의 사실성이다. 따옴표 제목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12·3 내란 사태 때 윤석열 측 계엄을 옹호하는 비논리적인 말을 따옴표로 한국 언론이 무수하게 쏟아냈다. 발언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어 불가피하게 전달해야 했다면 해석적 맥락을 함께 붙여야 했다. 예컨대 <“이란, 호르무즈에 기뢰”…해협 봉쇄 장기화 뇌관>(3월11일자) 이런 식이다. 13개 따옴표 기사 중 의미를 부여한 기사는 4개였다. 지면은 시간이 지난 것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스트레이트성으로 제목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함의나 맥락, 의미를 더 많이 담아야 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과 관련해 덧붙이자면 한국 언론이 미국 측 입장을 너무 많이 담는 것 같다. 우리가 이란 측에 접근할 수 있는 게 없다보니까 다른 이란 측 입장을 섞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프로파간다에 속아넘어갈 수도 있다. 소스의 한계가 있으니 미국 측 이야기를 주로 쓰더라도 조심해서, 그 대안의 가능성도 염두에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용석 = <“지방선거서 기후공약 보고 선택”…유권자 53%, 정치색보다 우선시>(3월9일자)는 유권자의 과반이 기후공약을 투표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기후위기가 주요 정치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요 후보별 기후공약 비교 및 평가, 지역별 기후·에너지 정책 쟁점 정리, 공약의 실행 가능성 및 재원 구조 검증, 시민의 삶(주거·교통·일자리)과 연결된 기후 정책 등 후속보도를 통해 독자들이 구체적인 기후공약과 정책을 이해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게도 ‘진짜 사장’과 마주할 교섭권이 생긴 것이지만, 노사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노사의 입장차가 극명한 제도인만큼 안착하는 과정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노동위원회에 총 278건의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접수됐다. 9일 기준 판단이 내려진 11건 중 10건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첫 원청 사용자성 판단은 공공부문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공공기관이 ‘안전관리 및 인력배치’에서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7일 경북지노위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회사 소속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7일에는 민간 부문 첫 사용자성 인정 판단이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인덕대·성공회대 등 사립대학 사건에서 “원청이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통제하고, 작업환경 개선 관련 교섭 의제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고 봤다. 같은 날 한국공항공사 사건에서도 자회사 근로자의 연장근로 지시·승인 등 연장근로 체계와 관련한 의제에서 원청의 지배·결정권을 인정했다. 8일에는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 사건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 의제에 한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다만 직접고용이나 임금·복지 등 다른 의제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판단을 보류했다.
포스코는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됨과 동시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까지 인정된 첫 사업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북지노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했다. 노조 간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 교섭단위 유지 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교섭단위 분리), 산업안전 의제에서는 원청의 지배·결정권을 인정했다(사용자성). 이에 따라 원청인 포스코는 3개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원청과 하청노조 간 첫 교섭이 시작된 곳도 나왔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동대학교는 이날 청소노동자로 구성된 하청 노조와 상견례를 열고 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교섭 의제는 이달 말 첫 본교섭에서 다루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적정 인력 유지와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보장이 핵심 요구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날 교섭은 법 시행 이후 원청이 노동위의 사용자성 판단 없이 자발적으로 교섭에 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동계는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원청이 당연히 져야 할 책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하나의 교섭 의제만으로도 사용자성을 인정해 교섭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자 대부분 기업은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섭이 개시되면 노조는 임금·수당 같은 의제도 테이블에 올리려 할 것”이라며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사용자가 아닌 의제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가 아니라고 명확히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해 노사 간 상견례가 이뤄진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용자는 이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공고해야 하는데, 상당수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를 무시하며 공고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지방노동위에서 시정 신청과 교섭단위 분리 등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더라도 중노위 재심, 행정소송 등의 절차로 나아갈 수 있어 노사 분쟁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행 초기인만큼 정부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작업환경 등 일부 의제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방식은 법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판단이 어렵다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명확히 불인정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박 교수는 “20일 내 결론을 내는 속도전보다 충분한 심리를 거치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조법 시행령은 하청노조가 사용자성 판단을 신청하면 노동위는 20일 이내에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데,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원·하청 고용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교섭 구조 변화가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시행 초기 교섭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현장의 혼란으로 오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교섭 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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